
국제학술지 《Int. J. Mol. Sci.》에 실린 이 논문에 따르면, 옥시토신은 1980년대부터 쥐 실험에서 발기와 성적 행동을 유도하는 ‘성 행동 촉진 호르몬’으로 여겨져 왔다.
특히 시상하부(PVN)에 옥시토신을 직접 주사하면 수컷 쥐는 빠르게 발기 반응을 보이며, 이는 산화질소(NO) 생성 증가와 직접 연관이 있다.
하지만 같은 방식으로 인간에게 적용했을 때, 결과는 전혀 달랐다.
흥분은커녕 기대했던 ‘성적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뇌 속 NO의 역할, 그리고 발기
쥐 실험에서 PVN에 옥시토신을 넣으면 칼슘 유입이 촉진되고, 이는 곧 NO 합성효소(nNOS)를 자극해 산화질소(NO)를 생성한다.
이 NO는 다시 시상하부 밖의 뇌와 척수로 신호를 보내 발기를 유도한다.
이런 기전을 통해 쥐는 시각적 자극 없이도 ‘비접촉 발기’를 할 수 있다.
이 작용은 옥시토신을 차단하거나 NO 생성을 억제하면 사라진다.
여기까지 보면 ‘이거 사람에게도 통하겠는데?’ 싶을 수 있다.
그래서 인간에게도 옥시토신을 써봤다.
인간에게는 왜 효과가 없을까?
인간 대상 실험에서는 주로 ‘비강 스프레이’ 방식으로 옥시토신을 투여했지만, 기대했던 성적 흥분 효과는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
성욕, 발기, 오르가슴, 성적 만족도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옥시토신이 뇌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옥시토신은 펩타이드 구조라 뇌혈관장벽(BBB)을 쉽게 통과하지 못하고, 혈중에 들어가자마자 분해돼버린다.
결국 실험에서 썼던 스프레이는 대부분 ‘뿌리고 끝’이었다.
해결책은 없을까?
뇌에 잘 도달하고, 분해되지 않으면서 수용체에 잘 작용하는 비펩타이드 합성약물을 개발하거나, 나노입자, 리포좀, 콜로이드 등을 활용해 비강투여라도 뇌까지 전달되도록 만드는 방법을 개발 중이다.
이런 기술이 완성되면, 옥시토신은 단순한 사랑호르몬이 아니라 ‘성기능 치료제’로 새롭게 부상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때까지는, 옥시토신 뿌리고 ‘로맨틱한 밤’을 기대하는 건 성급한 판단일 수 있다.
사랑 호르몬, 사랑은 되지만 발기는 글쎄…
결론적으로, 옥시토신은 동물에서는 성행동과 발기를 촉진하지만, 인간에게는 아직 확실한 효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 차이는 뇌 구조, 호르몬 대사, 심리적 변수 등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된다.
옥시토신이 ‘사랑’을 강화할 수는 있지만, ‘성’에 도움이 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