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에 있는 반려견 뿐만 아니다.
길거리 개들의 생존 비법이 사람 얼굴 표정 읽는 능력이라고 한다.
2023년 7월, 국제학술지 PeerJ에 실린 연구논문에 따르면,
매일 길 위에서 살아가는 마을개들이 반려견 못지않게 인간의 감정을 읽고 대응한다.
반려견 중심으로 연구되어온 기존 ‘개 인지 연구’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훈련되지 않은 자유로운 개들도 사람 얼굴 표정을 구분할 수 있을까?
개 인지 연구, 왜 반려견에만 국한됐나
그동안 개의 사회적 인지 능력은 주로 반려견을 대상으로 연구됐다.
반려견들은 사람의 손가락 가리키기, 시선 따르기, 목소리 톤 등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 세계 개들의 75% 이상은 주인이 없는 자유로운 개(free-ranging dogs)들이다.
이들은 사람과 직접적이고 지속적인 교감 없이도 인간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
따라서 ‘반려견만이 인간 사회에 적응한 것인가?’ 또는,
‘훈련되지 않은 개들은 인간의 사회적 신호를 얼마나 이해하는가?’라는 질문은 학계에서도 중요한 관심사였다.
사람 표정에 반응하는 마을개, 실험으로 입증
연구진은 모로코 태그하주트 지역 마을개 72마리와 오스트리아·스위스 반려견 117마리를 대상으로 동일한 실험했다.
사람 실험자가 음식(소시지·비스킷)을 들고 행복·중립·화난 표정을 번갈아 지으며 먹다가 일부러 음식을 바닥에 떨어뜨린다.

개가 사람의 표정을 보고 ‘다가가서 먹을지’, ‘피할지’ 등의 행동 반응을 관찰한다.
핵심 행동지표는 다음과 같다.
- 시선 회피(gaze aversion)
- 가까이 접근(proximity)
- 먹이 섭취(eating food)
- 꼬리 흔들기(tail wagging)
- 응시 시간(looking at the experimenter)
그 결과, 마을개와 반려견 모두 ‘화난 표정’에서 시선을 더 자주 피했고
‘행복한 표정’에서는 좀 더 편안하게 행동했다.
마을개들도 사람의 미묘한 얼굴 변화에서 감정 신호를 구분하고, 그에 따라 행동 전략을 조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험이 만든 생존 전략
중요한 점은 마을개들은 반려견처럼 사람과 지속적으로 생활하지 않는다.
태어나면서부터 길에서 살며 사람을 관찰하고 때로는 부정적 경험도 겪는다.
그럼에도 이런 ‘표정 읽기’ 능력을 키운 것은 생존에 필요했기 때문이다.
연구에서는 “사람 표정을 빠르게 파악하고 위험을 피하는 것이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고 한다.
실제로 ‘마른 체형’의 마을개들이 음식 동기에 더 강하게 반응하며 실험자 가까이 다가간 사례도 관찰됐다.
이는 굶주림 같은 외부 요인이 행동 선택에 영향을 준다는 점까지 보여준다.
반려견과 마을개의 차이
흥미롭게도, 반려견과 마을개 사이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마을개들은 꼬리를 더 오래 흔들며 조심스럽게 사람과 교감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일종의 ‘비폭력적 신호’로 해석된다.
반면 반려견들은 상대적으로 빠르고 적극적으로 먹이에 반응하는 모습이었다.
이는 마을개들이 사람과의 상호작용에서 더 신중하게 행동한다는 반영이다.
익숙하지 않은 인간과 마주할 때 경계심과 학습된 경험이 반영된 결과다.
인간사회에 개와의 공생
자유롭게 사는 마을개들도 인간 사회라는 복잡한 환경 속에서 표정, 몸짓, 감정을 읽어내며 적응하고 있었다.
이는 개라는 종 자체가 인간과 공존하며 진화해 온 결과일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 반려견 중심 연구에서 벗어나 길거리에서 살아가는 자유견들의 인지 능력과 생존 전략에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